카테고리 : 스타 플레이어

# by | 2008/10/03 07:58 | 스타 플레이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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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뒤져보면 이병민의 오프라인 데뷔전은 무려 성준모와 치른 03년 8월 경기로 나와있다. 그 시절의 기록들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지금은 볼 수 없는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심소명이나 피터, 기욤, 변은종, 안석열, 박정길, 최수범, 조용호...그리고 앞으로는 이병민의 이름 역시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병민은 범주화하기 힘든 선수다. 건실한 테란이지만 우승은 못 했다. 그렇다고 우승을 못한 대표적인 우수 테란 집단에 넣기에는 결승을 밟아봤다. 특정 팀과 결부시키기에는 소속팀이 많았으며, 특정 종족과 연관 짓기에는 도드라진 성적이 없다. 굳이 힘들게 찾자면 진영수 정도? 허나 진영수조차 07년 여름날의 꿈 속에서는 태극마크를 가슴에 다는 주인공이었다. 이병민은 주인공인 경험이 없는 선수다. 그래서 이병민은 누군과와 같은 테두리에 넣기 힘들며, 따라서 이병민은 무척이나 특이한 선수다. 물론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사실을 기억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병민은 외로운 선수이기도 하다. 그의 은퇴 역시 그와 닮았다.
주인공인 경험이 없다는 말은 무척이나 잔인한 말이지만, 이병민에게는 퍽 잘 들어맞는 말이기도 하다. 그를 되짚으면서 기억에 남는 곳에서 그가 중심에 있던 적을 떠올리려 애써봤지만, 단 한 번도 이병민이 주인공인 적은 없었다. 어쩜 그리 될 수 있는지 의아할 정도로, 그는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레이스 관광의 희생자였으며, 할루시 리콜에 최적화된 gg를 선언했고, 리버와 템플러 견제에 모든 scv를 잃은 경험도 있으며, 1햇 저글링 히드라에 배럭을 띄우기도 했다. 단 한 번 진출한 개인리그 결승전의 최종전에서조차 그는 고개를 떨구는 역할이었다. 은연 중 스스로를 최연성의 라이벌로 세우고 자신감 있게 덤벼들었던 노스텔지아에서의 경기 이후 단 한 번도 공격적이지 못했던 이병민의 모습을 생각하면, 그 하나의 경기가 이병민의 커리어 전체에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우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병민은 존재감이 없다는 놀림을 받는 것으로도 유명했는데, 존재감이 없다는 놀림은 존재할 때 비로소 가능한 말이기도 하다. TG삼보배 MSL로 데뷔한 이래 이병민은 질레트배와 스프리스배에 동시에 진출, 빠른 기간 내에 양대 리거로서 발돋움했고 이후 에버04, 아이옵스, 에버05, So1, 신한05, 신한06_1, 신한06_2, 신한06_3에 연달아 진출한다. 아이옵스 3/4위전에서 자신에게 참패를 안긴 박태민을 초살시키고 올라간 에버05 결승전은 이병민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였을 지도 모른다. 마린의 전진이 조금만 더 과감했더라면, 박성준의 대처가 조금만 더 미흡했더라면, 그랬을 지도 모른다.
KTF로 이적한 이후의 이병민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적 과정에서의 잡음이나 이병민의 활약, 그리고 팀은 패배...혹은 그 반대 정도만이 기억날 뿐이다. 이병민은 어느 순간까지는 굳건한 1승 카드였고,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았다. 내부의 사정은 언제나 그렇듯 알 수 없다. 주벽에 빠졌는지, 도박에 빠졌는지, 여자에 빠졌는지, 슬럼프에 빠졌는지, 학종이접기에 빠졌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어느 순간부터 보이지 않다가, 외인 게임단의 옷을 잠깐 입은 이후, 센스는 있었지만 공백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은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사라져버렸을 뿐이다. 공백기가 왜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공백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은퇴한다는 말 정도는 남기고 은퇴했다. 어딘가 허전하지만 허기가 채워질 리 없음을, 우리는 몇 차례의 경험으로 이미 알고 있다.
별다른 족적을 남기지 못한 건실하기만한 테란 한 명이 은퇴를 하는데 이리도 애달픈 이유는 잘 모르겠다. 이유를 한참이나 생각해봐도, 잘 모르겠다. 다만 애달프다. 해맑던 웃음을 더 이상 볼 수 없기 때문이라 하기에는 기억 나는 웃음의 빈도가 너무 적다. 앞으로의 웃음을 볼 일은 없겠지만, 그의 웃음이 지금까지보다는 좀 더 잦아지기를 바랄 뿐이다.
이병민
232승 171패 57.6%
vs T 89승 65패 57.8%
vs Z 87승 54패 61.7%
vs P 56승 52패 51.9%
질레트, 에버04, 아이옵스, 에버05, So1, 신한05, 신한06_1, 신한06_2, 신한06_3
TG삼보, 센게임, 스프리스, 당골왕, 사이언, 곰tv_2, 아레나
# by | 2008/06/05 12:21 | 스타 플레이어 | 트랙백 | 덧글(1)

사실 아무도 진영수의 롱런 가능성을 점치진 않았지만.
노점단속, 소울류 3탱크 조이기.
화신류 더블.
상대방의 빌드를 배제한 극단적인 배째기와 공격성으로
부족한 시야와 재능을 보충하고 테테전 역시 큰 안목보다는
최강의 피지컬을 바탕으로한 전투력으로 싸워온 사내.
난 지금도 피지컬만은 이제동, 박영민과 함께 진영수를 최고로 친다.
다만 센스가 부족했고 시야도 좁아서 중후반전이 약점이었다.
만겹으로 벼린듯한 일본도와 같은 예리한 타이밍이 있엇지만
그 시공을 자르는 검이 막히면 그 댓가를 패배로 치루어야 했다.
그래도 그 순간이 그에게는 최고의 순간이었고
그래도 그 순간이 그에게는 공격의 시간이었다.
수많은 천재들이 쏟아지는 이 시대에 몇달간이나마 테란의
수장으로 거듭났던건 그 피나는 노력과 함께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부족함을 채우기보다 장점을 극대화 시킨 그의 빌드와 담력에 있다.
절박함.
언제나 벼랑 끝에서 자신의 밑바닥까지 끌어올리는
그의 플레이는 이 절박함이 느껴진다.
평범함의 덫에 헤어나지 못하는 수많은 소시민 중에 하나인
나를 매료시켰던건 재능과 그릇을 능가하는 기량을 만들어 냈던
저 절박함과 처절함이 아니었을까.
진영수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진영수는 미래를 가늠하지 않는다.
노력은 사람을 배신하진 않는다.
하지만 상대 역시 같은 시간동안 그 땀을 쏟고 있었다.
그리고 그 차이를 가른 것은 재능.
여기서 끝나리라 생각지는 않는다.
하지만 감독과 동료들이 말릴정도로 말 그대로 사력을 다하는
그런 노력을 지속하는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
하지만 열정만 있다면, 의지만 있다면,
언젠가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그때를 기다리자.
# by | 2008/02/21 11:37 | 스타 플레이어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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