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재윤의 테란전에 관한 소고 - 1

1. 그 찬란한 여명

  지금 생각해 보면 그당시 마재윤에 대한 기억들은 후세의 포스에 의해 윤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기억하는 마재윤의 첫 테란전 경기는 대 이병민전 데토네이션. 물론 대 변은종 데토네이션의 대 역전극이 있긴 하지만 그건 테란전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이란게 참 믿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 스프리스 시절 마재윤의 16강 탈락을 지켜보면 든 생각은 분명히 좀 이상했다. "왜 마재윤이 떨어졌지?" 첫 메이저 데뷔한 이른바 듣보잡 저그 신인의 패배를 보면서 든 생각이 이것이다. 그만큼 그 경기의 임팩트가 강했던 것일까? 아니면 여기 저기서 들려오던 IPX Zerg의 소문 때문일까? 어쨌든 이병민을 상대로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주면서 압승. 그러나 김정민의 마지막 불꽃 7배럭 BSS에 큰 타격을 입고 선전하긴 했지만 패배. 곧 이병민의 몰래 배럭스에 연이은 패배로 시즌을 마감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다. 마재윤은 거기서 끝날 선수가 아니라고. 물론 그 기대는 어김없이 충족되었다. 경악의 KTF올킬.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 테란전에서 3해처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물량. 그 힘은 클래식한 변길섭, 김정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저전에서 조용호와의 데토네이션. 오히려 조용호가 멀티를 빨리 먹자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데자뷰. 내가 마재윤을 처음 본 그 경기, 대 변은종전 데토네이션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사실 이 시기부터 마재윤의 테란전의 기초는 완성되어 있었다. 3해처리. 박성준이후 2해처리가 유행하던 시절 필살기의 하나였던 3해처리를 이미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유일한 저그 선수. 당연히 힘에서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3해처리는 과거부터, 정확히는 로템 12시가 존재하면서 부터 이미 있어왔던 전략이다. 이 새로울 것 하나없는 오래된 전략.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당연한 듯 '마재윤의 3해처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마재윤 이전에 3해처리를 가장 잘 사용한 선수가 있다. 박경락. 그의 힘의 비결은 처음은 3해처리에서 뽑은 드론이며, 두번째는 능수능란한 드랍이며, 세번째는 바로 양섬의 존재다. 이것은 곧 초반 테란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역시 악착같이 달려드는 초반공세에 무너지고 만다. 중요한 것은 마재윤 이전에도 3해처리를라는 전략은 존재했고, 3해처리를 주력으로 쓰던 선수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왜 마재윤의 3해처리 인가?


  저글링. 저글링과 성큰의 유기적인 활용. 이것이 후반을 바라보며 웅크리고 앉아서 성큰 도배하며 근근히 버티는 전략인 3해처리를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놓았다. 3해처리는 다수의 라바를 의미한다. 그것은 다수의 드론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다수의 저글링이 되기도 한다. 초반 압박을 위해 진출하다가는 다수의 저글링에 몰살당한다. 후반을 노리면 성큰도 제대로 안깐 저그의 물량에 압살 당한다. 전략을 쓰기에도 뛰어난 유동성에 당할 위험이 크다. 한마디로 유연하다. 그 유연성이 바로 마재윤의 3해처리라 불리는 이유이며, 그 부드러움의 근본은 바로 저글링이다.

 
  한마디로 빌드발. 마재윤의 초창기 포스의 근원은 이 빌드발이다. 이런 게이머가 한명 더 있었지. 최연성. 남들이 당연히 투배럭에 10마린 2메딕 2파벳을 뽑을때 이 선수는 마린 한기를 뽑고 태연히 커맨드를 지었다. 남들이 칼들고 말타고 싸울때 최연성은 혼자 총을 들고 싸웠다. 남들이 소총을 들고 참호로 돌격할때 마재윤은 탱크를 앞세우고 참호를 짓밟아 버렸다. 시대를 앞서간 이들이 그 시간의 간극만큼 과실을 따 먹는 것은 당연한 것. 공식 저그전전 23연승. 테란전 75%. 전혀 놀라운 기록이 아니다. 그 시절의 둘은 타 게이머와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by FELIX | 2007/12/12 09:53 | 스타 플레이어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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